오늘은 그저 킬링타임용 드라마가 아닌
자꾸 내 맘을 후벼파기도,
단전에서 끓어오르는 울컥함을 주기도,
가슴속 몽글몽글한 감정을 느끼게도 해주었던,
함께 웃고 웃었던 그런 드라마들 한자리에 모아봤습니다.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있고 휴머니즘 가득-한
다시 정주행해도 시간 아깝지 않을 드라마 함께 살펴보아요:)
나의 아저씨

(외로움에 사무친 어느 날 밤)
빨래를 하면 그렇게 취한 게 아닙니다.
그날 입은 걸 빨면 난 아직 괜찮은 겁니다.
씻었고, 속옷도 빨았습니다.
나는 오늘 일과를 다했습니다.
나는 망가지지 않았습니다.
난 잘 살고 있습니다.
이제 시체처럼 자겠습니다.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삼 형제(박동훈, 박상훈, 박기훈)와
거칠게 살아온 한 여성(이지안)이 서로를 통해 삶을 치유하게 되는 이야기
티비 관찰 프로그램에서 비춰지는 상위 몇 프로만이 누릴 수 있는 그런 삶이 아닌,
누구나 살았고, 누구나 살아갈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모든 등장인물은 각각의 삶의 무게와 애환 그 모든 것이 잘 그대로 담긴 그릇 크기만큼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낸다.
화려하지도 요란하지도 않게 그저 순리대로 주어진 대로 살아가며
비슷한 삶의 무게를 이고 진 사람들이 또 서로를 알아보며
자신의 짐이 더 무거울지라도 서로의 짐을 들어주기를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 한겨울에도 따뜻해 보인다.
그저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회사원 동훈.
겉은 영락없는 아저씨지만 마음엔 소년을 품은 채 살아가는
하지만 일상의 고단함이 그를 메마르게 한다.
그런 그가 소녀의 모습으로 세상 다 산 듯 구는 지안이 신경쓰인다.
그들의 각각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한자리에 모여서 함께 웃고 있는 그들을 보게 될 것이다.
각자의 삶의 고단함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줄 때도 있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지금 함께 웃으며 한 잔 기울일 수 있다면야...
나의 해방일지

“왜 매일 술 마셔요?”
“아니면 뭐해?”
“할 일 줘요? 술 말고 할 일 줘요? 날 추앙해요.
난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어. 개새끼, 개새끼... 내가 만났던 놈들은 다 개새끼.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가득 채워지게.
조금 있으면 겨울이에요. 겨울이 오면 살아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공장에 일도 없고, 낮부터 마시면서 쓰레기 같은 기분 견디는 거,
지옥 같을 거예요. 당신은 무슨 일이든 해야 돼요.
난 한 번은 채워지고 싶어.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사랑으론 안 돼. 추앙해요.”
견딜 수 없이 촌스러운 삼남매(염기정, 염미정, 염창희)의 견딜 수 없이 사랑스러운 행복소생기.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출근길에 한 번쯤 가져봤을 생각.
지하철이 고장 나버렸으면,
교통사고라도 나버렸으면,
그냥 이대로 가지 않아도 되었으면...
내가 주체적으로 사는 게 아닌 어딘가에 속한 부속품이 된 것 같을 때.
더 이상 그렇게 살고 싶지 않지만 딱히 방법이 없을 때.
경기도의 끝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삼 남매의 고단한 퇴근길.
지겹고 지겨운 이 쳇바퀴에서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지겨운 일상도 설렘으로 가득 차게 해주는 마법.
날 있는 그대로 바라봐 줄 수 있는 단 한 사람의 사랑.
그것이 미정에게는 구씨였다.
그가 미정의 숨 쉴 구멍이었다.
삼 남매는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찾아 나서고, 각자의 삶에서 해방되고자 한다.
미생

"나는 아직도 장그래 씨의 시간과 나의 시간이 같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내일 봅시다."
그저 나의 회사 생활을 옮겨놓은 것 같아 때로는 목 막힐듯한 불편함을 느낄지라도...
나도, 그들도 살 만한 인생!
윤태호의 인기 웹툰 소설 《미생》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직장인의 애환과 현대인의 삶을 잘 녹여내 보여준 작품.
바둑 프로기사를 꿈꿔왔지만 연이은 기원 입단 실패와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꿈을 접은 장그래(임시완). 바둑에만 열중하느라 검정고시 출신에 무스펙인 그가 어머니 지인의 추천을 받아 대기업 '원인터네셔널' 인턴으로 입사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엮었다. 오상식 차장(이성민)이 이끄는 영업 3팀에 들어가게 되며 바둑밖에 모르던 그가 사회생활의 쓴맛 단맛 매운맛을 한 번에 보게 되는 이야기.
따뜻하고 감성적인 연출과 현실을 옮겨놓은 듯한 리얼함으로 많은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원인터네셔널'과 '장그레'를 중심으로 다양한 등장인물을 조명하여 다양한 삶을 비춰준다. 로맨스도 없고 신파적인 요소도 없지만 이 드라마가 인기 있을 수밖에 없던 이유! 결코 미미하지 않은 우리의 삶이 녹아있는 이 드라마를 보며 함께 웃고 울어보기를.
우리들의 블루스

"사랑한단 말도,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내 어머니 강옥동 씨가,
내가 좋아했던 된장찌개 한 사발을 끓여놓고,
처음 왔던 그곳으로 돌아가셨다.
죽은 어머니를 안고 울며, 난 그제야 알았다.
난 평생, 어머니 이 사람을 미워했던 게 아니라,
이렇게 안고 화해하고 싶었다는걸. 난
내 어머닐 이렇게 오래 안고, 지금처럼 실컷 울고 싶었다는걸."
인생의 끝자락이든, 절정이든, 시작이든
삶과 죽음의 사이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 대한 응원.
생각보다 늙었어도,
생각보다 행복하지 않아도,
생각보다 성공하지 못했어도,
때로는 누군가가 살고 싶었던 간절한 내일이 나의 오늘 일 수도 있기에...
삶에 지친 여러분을 응원하고 삶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는 드라마.
트럭 하나로 삶을, 생계를 이고 지고 거칠 것 없이 사는 이동석(이병헌).
그리고 그의 엄마 강옥동(김혜자). 불행은 파도처럼 그녀의 인생을 휩쓸고 갔다. 그녀의 부모님, 그녀의 남편, 그녀의 딸과 함께. 꼴랑 하나 남은 피붙이 동석과는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었다.
그녀 곁엔 남편은 물론 자식 셋을 먼저 보내고 오래 산 게 죄라는 일흔 초반의 현춘희(고두심)이 있다. 누구 인생이 더 불행한지 대결이라도 하듯이...
하루 내내 비린내를 뒤집어쓰며 생선 대가리를 치고 내장을 걷어내며 악착같이 살아 평생 형제들 뒷바라지를 했어도 그 누가 알아주는 이 없는 오십 줄의 싱글 정은희(이정은). 그런 그녀에게 오랜만의 설렘을 준 첫사랑 최한수(차승원)와의 만남.
우울증으로 이혼을 당하고 양육권도 뺏긴 채 고향 제주에 돌아온 민선아(신만아).
조그맣고 가녀린 몸으로 두려울 것 없이 바다에 뛰어들어 물질하며 무엇을 위해서인지 독하고 악착같이 살아가는 이영옥(한지민). 그런 까칠한 영옥이 마냥 좋은 욕심 없고 사람 좋은 선장 박정준(김우빈).
어려서부터 비린내 가득한 제주에서 벗어나고 싶어 서울로 대학 가기 위해 독하게 공부하는 영주와 현
덜컥 발목을 잡혀버린 방영주(노윤서)와 정현(배현성). 그런 그들의 아버지, 방호식(최영준)과 정인권(박지환).
누구나 꿈꾸는 푸르고 따뜻한 제주 바다를 배경으로
함께 엮여 억지로 잇지도 끊지도 않으며
서로 상처 주고 보듬고 살아가는 그들 각각의 아니 모두의 이야기.
디어 마이 프렌즈

'엄마의 암소식을 처음으로 영원이모에게 전해 들으며
나는 그때, 분명 내 이기심을 보았다.
암 걸린 엄마 걱정은 나중이고 나는 이제 어떻게 사나.
그리고 연하는 어쩌나 나는 오직, 내 걱정뿐이었다.
그러니까 장난희 딸, 나 박완은 그러니까
우리 세상 모든 자식들은 눈물을 흘릴 자격도 없다.
우리 다 너무나 염치 없으므로'
60대부터 80대까지. 우리 아직 살아있고, 한창이야! 라고 외치는 '황혼 청춘'들의 이제 막 꽃피는 인생!
나이가 들어간고 지나가는 시간을 막을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언젠가 무슨 이유로든 죽는다는 것.
그 사실은 때때로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나이가 들면서, 장례식장 갈 일이 많아지면서, 누군가의 뜻하지 않는 죽음을 보게되면서.
우리는 그렇게 죽음에 익숙해지고 무뎌진다.
하지만 그 죽음이 우리 앞에 다다랐을 때, 그때도 무뎌질 수 있을까?
잘 살았던 것처럼 잘 죽을 수 있을까?
우리는 우리도 나이든다는 걸 깨닫지 못하는 듯, 나이든 사람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는다.
꼰대라거나 냄새난다거나 오지랖이 넓다거나 하면서...
우리가 그렇게 무시했던 그들은 우리의 부모님 그리고 우리의 가까운 미래이다.
드라마를 보며, '늙음'에 대한 관점과 '부모님의 죽음' 나아가 '나의 죽음' 그리고 인생 그 자체에 대해 생각해보며 돌아보게 해주는 드라마.
이 드라마 역시 우리 삶의 모습과 너무도 맞닿아 있어서 때로는 부끄럽고, 때로는 웃음이 터지고, 때로는 울음이 터지는.
이 포스팅을 하며 명대사를 다시 보면서도 찡할만큼 애정있게 보았던 드라마들입니다. 때로는 취향에 안맞거나 몰입이 되지 않아서 그저 틀어놓고 휴대폰만 하게 되는 드라마도 있었고, 아무리 재밌었어도 다시 봐지지 않는 드라마들이 있어요.
하지만 오늘 소개해드린 위 작품들이 제게는 우연히 티비에서 채널돌리다 마주치면 계속 틀어놓게 되는, 시간 내서 다시 정주행해도 그 감동이 더 배가 될 것 같은 드라마들입니다. 몇 작품은 보고 또 봐도 눈물이 왈칵 쏟아지게 되는데요, 그건 드라마 주인공의 삶이 때로는 내 삶 같기도, 우리 부모님 삶 같기도 해서겠지요? 가장 보통은 혹은 특별한 삶을 잘 녹여준 인생드라마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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